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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 인문학] 중고의류 시장 급성장..."빈티지와 복고풍 패션 주류"

'재전유' 전략으로 주류 문화 부상

[마켓 황성수 기자] 인간에게 패션은 중요한 사회적 행위다. 패션은 타인에게 자신을 알리고, 인상을 심어주는 행위다.

그럴수록 인간은 패션에 민감해질 수 밖에 없다. 어제 입었던 옷을 입어서는 않되고, 트렌드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한다. 인간은 의식적으로 항상 새로운 패션을 선보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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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은 사회적 행위다. 인간에게 의류는 보호 기능을 넘어 타인에게 자신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행위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하지만 항상 새로운 패션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호주의 역사가 로빈 애니어는 '새로운 것은 없다: 중고의 역사'에서 의류에 대해 언급한다.

그녀는 산업 혁명이 모든 것을 바꾸었다고 주장한다. 물론 여기에는 인간도 포함된다. 산업혁명은 인간의 의식과 행동도 변화시켰다. 산업혁명 이전에는 인류 대부분이 중고 의류를 착용했다.

산업 혁명으로 공장제 의류가 대량 생산되면서 시장에 선보이기 시작했다. 의류 제작사는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물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했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새로운 물건을 원하도록 욕구를 자극했다. 또 새로운 의류의 구매를 감당할 수 있다는 환상과 착각을 심어주기도 했다.

이 모든 의류업체의 활동들은 마케팅의 일환이었다. 산업혁명으로 대량의 상품이 생산되면서 당시의 모든 업체들은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그리고 이들은 의류를 소비해야 하는 타당성을 소비자에게 심어주었다. 신상 의류의 질이 항상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존중의 의미로, 위생의 문제로, 심지어는 애국심을 내세워 의류 마케팅을 펼쳤다.

신상 의류는 상대적으로 오래된 의류를 낡아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반대로 오래된 의류는 새로운 의류를 돋보이게 한다. 중고 의류는 가난한 소비자가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옵션이었다. 자본주의 시스템이 정착되면서 의류는 사람의 지위를 평가하는 기준이 됐다. 현대사회에 들어와 명품과 중저가 브랜드는 사람의 경제력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가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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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의류는 새로운 의류를 돋보이게 하고, 현대에 들어와서 의류는 소비자의 지위를 나타내는 상징이 됐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오래된 옷은 가난 또는 오염, 방치 등을 상상하는 경향이 짙었다. 이러한 고정 관념은 시대 착오적이다. 최근 미국 온라인 중고 물품 플랫폼인 ‘쓰레드업’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중고 의류 시장은 지난해 미화 240억 달러에서 2023년까지 미화 51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조사에는 중고품 가게부터 개인의 중고품 판매, 벼룩시장, 고급 앤틱 재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중고 거래가 포함됐다.

새로움과 대량 생산에 익숙한 소비자가 중고 제품을 좋아하는 이유

‘쓰레드업’ 같은 모델은 소비자가 인스타그램에 ‘오늘의 의상’를 올리는 트렌드에 포커스를 맞췄다. 소유권은 영원하지 않다. 중고 의류를 구매해서 입고 즐기며 소셜 미디어에 업로드한 후 다시 판매 네트워크를 통해 재활용한다. 인스타그램에서 활동하는 리셀러의 등장 역시 이런 중고 의류 시장에서 판매는 물론 구매에 영향을 주었다. 호주에서는 ‘더 드로브’나 ‘SWOP’같은 중고 의류를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이 등장했다. 의상 코디에 자신이 부족한 사람들은 전문적으로 유행을 따르는 사람들이 인증한 코디를 중고로 구매할 수 있다.

로빈 애니어는 현 시대가 중고 의류가 피크라고 한다. 그 이유는 소비자는 지속가능성을 위해 행동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찾는 건 낡은 물건이 아니라 거의 입지 않은 의류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소비자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중고 의류는 낡은 상품이 될 수 있지만 남들이 입지 않는 새로운 옷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한편, 문화학자 햅디지는 중고 의류, 하위층이 즐겨 입는 의류가 새로운 주류 문화로 자리잡는 현상을 전유라고 말한다. 또 문화학자 매크로비는 중고 의상의 빈티지 마켓이나 복고풍 스타일이 새로운 스타일로 해석돼 패션의 주류로 자리잡고 있다고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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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학자들에 따르면 재전유 현상으로 인해 중고의류가 주류 문화로 부상하고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중고 의류를 구매하더라도 말을 하기 전까지 타인은 모를 수 있다. 본인이 원하지 않는다면 굳이 중고 의류를 입었다고 밝히지 않아도 된다. 신상을 추구하는 문화는 아직 수그러들지 않았지만 중고 의류도 시도해 볼만 하다. 오래된 것은 반드시 낡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황성수 기자 hss@market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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